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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무계획의 철학 / 카르린 파시히, 샤샤 로보

(한 번에 쓰고, 다시 읽으며 수정하지 않았음)

이미 상당히 (회사일 말고) 무계획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계획의 철학’을 읽다보니….이 책이 무계획적으로 살자!도 아니고, 계획적으로 살자!도 아니고 술에 물탄 듯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서….(저자도 좀 무계획적이어도 좋겠으나, 무계획적이면 많이 불안하지 않아? 라고 하는데) 조금 더 계획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도 그렇지 않은가? 미리 계획잡아두면 예약도 쉽고, 교통편이나 숙박도 저렴하게 잡을 수 있는데, 코앞에 닥쳐 하려고 하면 결국 무산되어 못 가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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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신조어 LOBO[Life style of Bad Organization]를 만들어서 계속 이용하는데, 그 뜻은 ‘계획이 없거나 무책임하거나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데 다소 서툰 사람’이란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 누구는 수학을 잘하지만 누구는 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인생계획도 숨쉬기 힘들만큼 철두철미한 사람도 있는 것이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이고…그렇지 않겠는가.

저자는 강박적일 정도로 계획적인 사람에게는 ‘조금 더 느슨해져도 좋구나’ 라는 메시지를, 그럼에도 생존경쟁에서 너무 느슨하다가 도태될 수는 없으니 다소 느슨한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잘 계획적으로 움직이게 할 것인지’ – 이렇게 두가지 주제를 이야기 한다.

간략하게 그럼 살펴보자.

먼저 바람 쐬기 위한 글들 좀 읽어보고 나서…

바람 쐬기.

“모든 인간은 원하는 만큼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꼭 해야 하는 일만 아니면.” – 로버트 벤츨리, 《일을 해치우는 방법》 (1949)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지는 순간, 지금 하는 일은 노동이 된다.” – 제임스 매튜 배리, 《피터팬》 작가

인공지능 연구가 엘리저 유드코스키Eliezer Yudkowsky는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믿는다, 하하.””

좀 무계획적으로 느슨해져도 좋다더라.
스스로 너무 계획적이고 완벽해야하고…그렇게 관리하려고 해도 본성을 숨기기 힘들다. 무엇인가 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을 미루고 싶은 그 본능 말이다.

“‘진짜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블로그, TV, 트위터 같은 딴청거리를 없애면 어떨까? 금세 새로운 딴청거리가 생겨나 그 자리를 메운다. 최악의 경우, 멀티플레이 온라인게임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새로 등장한 강력한 딴청거리가 시간을 모조리 잡아먹어 일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미루는 습관을 그럭저럭 통제하며 어느 정도 일할 수 있었는데, 새로 등장한 딴청거리는 웬만해선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집중력과 끈기…이것들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되지도 않을 완벽함과 관리하려는 욕망은 좀 접어두시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에게 ‘계획적이고, 착실하며, 끈기있어라’ 라는 것은 노동착취(?)를 위해, 칼뱅의 청교도적 신념을 이리저리 꼬아 만든 규범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한번쯤 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사회가 잘못 조직되었고 잘못 정비된 것이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나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문제가 달리 보이고 새로운 행동방식에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목표와 직업이 과연 자신과 잘 맞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상사와 걸핏하면 마찰을 일으킨다면, 과연 지금의 직장생활이 나에게 맞는 걸까? 두 시간 반 이상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과연 전일제 직장이 나에게 맞는 걸까? 오후 1시 반까지 늦잠 자는 것을 좋아한다면, 과연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 나에게 맞는 걸까? 관점을 바꿀 때는 무엇보다 과감하게 사회의 잘못을 살피고, 자기 자신과 삶에 거는 기대를 점검해봐야 한다. 이때 업무나 일상적인 과제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 안에 파묻혀 있으면 상황이 원래보다 더 급박하고 시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급해 보이는 일을 미루고,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무를 내려놓는 것은 예상과 달리 올바른 결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자, 무작정 ‘발생한 문제’와 ‘과업’을 해결하는데에 계획적이지만 말고, 슬슬 전후좌우 관찰하면서 효과적으로 해낼 방법을 찾는 정도면 딱 적당하지 않을까? 아래 글을 읽어보면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나는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끝낸다.’ 성격 검사에 흔히 나오는 이 문장은 성공적이고 추진력이 강하며 성실한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표준 문항이다. 이 문장에 어리석은 절대성을 가미하면 아주 괴상한 내용으로 변한다. ‘이득은 전혀 없고 에너지만 잡아먹는, 완전히 정신 나간 프로젝트라도 나는 일단 시작하면 반드시 끝낸다.’ 고집은 자제력의 응원을 받아 강해지는데, 이런 고집은 잘못된 행위를 알려주는 경고를 무시하거나 아예 감지하지 못하게 한다.”

상대적으로 (너무 너무) 느슨한 사람과 일하기 힘들다면 그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
누구는 매우 빠릿(!) 하고 누구는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폭이 너무 너무 크면 서로 답답해 죽을 일이다. 일에 있어서 그 차이가 너무 심해서 (이러다가 굶어죽을 것만 같다…) 걱정이라면 ? – 몇 가지 조언들이 있다.

솔직히 아래에 2가지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마감일=데드라인 정하기 ]
“인간은 긴급함이 안락함을 제한하고 압박을 가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행복을 추구하려면 자신을 짓누르는 압박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하기 때문에….(이후 생략)”
예상 종료일을 정하는 것은 스트레스이다. 어짜피 스트레스라면 앞당겨 정하라. 그래야 (스트레스 기간이) 일찍 끝나고 (어쩌면 그냥 일찍 대충 끝내버리고) 다시 생각할 시간 속에서 계속 할 지, 그만 둘지를 정할 수 있다. 아마 ‘나는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끝낸다’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리라.

아시다시피, 마감일이라는 것에 너무 기대하지는 말자, 반복되다 보면 마감일 자체가 무의미해지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마감일’이 목숨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감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신은 가득차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아래 단점도 기억하자.

“애석하지만 데드라인에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40년간의 여러 연구가 보여주듯, 누군가에 의해 데드라인이 정해지자마자 즐거웠던 활동은 갑자기 매력을 잃는다. 의무감이 생기고 버거워진 과제를 허겁지겁 끝내게 되어 결과의 질도 떨어진다.”

[불이익 주기 또는 인센티브 주기]
또, 개인적으로는 싫어하는 방법이기는 한데, 저자는 ‘LOBO (기억 안나시면 이 글 3~4번째 단락 참고)’를 잠시 각성상태로 만들어 움직이게 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단… 자꾸 반복되면 면역된다.)

“과제 처리를 위한 추가 자극으로 징벌을 이용하면 일에 속도가 붙는다. 지연행동 연구가 조셉 페라리가 대학생 실험에서 증명했듯, 즉각적인 작은 징벌은 과제를 처리하는 동기를 높인다. 징벌하겠다고 선포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충분한 효과를 낸다. 이때 징벌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곧 나타날 결과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는 나중에 취직하기 어렵다!’ 같은 모호한 충격 시나리오는 아무 효력이 없다. LOBO들은 그런 경고에 이미 면역되어 있기 때문이다.”
징벌의 반대로 ‘상’주기도 있겠는데,

‘여키스-도슨 법칙’에 따르면, 높은 보수는 평균적으로 나쁜 실적을 이끄는데, 높은 보수가 압박을 높이고 높아진 압박이 스트레스 수준을 지나치게 높이기 때문이다.
너무 과도한 인센티브를 내걸면, 스트레스 때문에 도리어 성과가 낮아진다고 한다.

[조금씩 관리하는 기술을 익히기]
다음 내용을 살펴보자.

“내가 제때 일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레슨이 있는 날 제자가 집으로 와서 초인종을 누르기로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
그렇다, 다른 사람이 움직여서 나도 하게끔 스케쥴을 잡아보자.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폴 그레이엄은 《좋은 지연행동과 나쁜 지연행동》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 할 일 목록을 권하는 것은 불완전한 조언이다. 뿐만 아니라 할 일 목록 자체가 나쁜 지연행동(그러니까 해가 되는 지연행동)으로 바뀔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조언이다. 엄밀히 말해 ‘가능성’이라는 말은 대단히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사실은 거의 모든 할 일 목록이 나쁜 지연행동으로 바뀐다.” 생각나는 모든 과제들을 상세하게 적는 것 자체가 벌써 전형적인 지연행동에 속한다. 《일이 되게 하라Making Work Work》의 저자 줄리 모건스턴Julie Morgenstern에 따르면, 할 일 목록을 작성하는 사람들의 30퍼센트는 목록에 있는 과제를 처리하는 시간보다 목록을 작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리고 능숙한 LOBO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 할 일 목록을 만든 후 편안한 마음으로(아무튼 뭔가를 했으니까) 그것을 잊는다.”
그래서, 목록을 구체적으로 철두철미하게 만들기 보다는….

“리오 바바우타의 ‘ZTD’
일주일 안에 처리해야 하는 ‘큰 바위’, 즉 대규모 과제 4~6개를 날짜별로 분류해 기록한다. 하루 안에 처리해야 하는 주요 과제 1~3개를 기록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한다.”
만 생각하고, 신경안쓰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그래야 계획적이지 못해도 중요한 일을 중요하게 해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언제 끝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일은 끝내지기 마련이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흐지부지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차라리…

“주로 마무리보다는 시작이 미뤄지므로 “언제 끝납니까?” 라고 묻지 말고 “언제 초안을 볼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느슨하게 사는 TIP
빡빡하게 관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조직이나 관리자라면 싫어할 만한 내용이기는 한데, 몇 가지 소개하면 이렇다.

(느슨하다-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너무 빡빡한 일정을 짜지 않는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마라, 될 것도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계획을 세우고 결심할 때 똑같이 세 가지 실수를 범한다. 첫째, 필요한 시간을 과소평가한다. 둘째, 미래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희망찬 미래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과제를 미루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각각의 일정을 길게 잡지 않는다.
길게 잡아야 여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심적 스트레스만 받고 고통의 기간이 늘어난다.
쓸 수 있는 시간을 모두 쓸 때까지 작업 시간이 연장된다. 그러므로 나쁜 조언자가 주장하듯 예상 기간을 두 배로 잡아선 안 된다.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편이 낫다. 어차피 두 경우 모두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짧게 잡아 끝내고 다음 일정 사이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도록 하라.
짧게 잡을 수 없는 계획은 버린다.
글레이저는 정보 및 미디어 분야에서만큼은 ‘나중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부터 당장 처리할 수 없는 모든 일을 미뤄두지 않고 그냥 버릴 작정이다.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도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려고 한다.
중장기적 계획은 개인의 의지에 의존하지 말고, 조직/팀이 프로세스로 움직이게 해 놓는게 낫다.
너무 쉽게 약속하지 마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맡아야 하는데 자기 스스로 아무리 궁리해봐도 ‘안된다’라는 일은을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한번 해본다’ 라는 식으로 약속하지 마라. 안 된다고 믿는데 당신이 해낼리가 없다.
제안할때 제3의 선택지 옵션을 주지 않는다.
“이메일이나 편지는 답신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대답이 되도록 구성하라. 이를테면 “이 제안에 찬성하십니까?” 대신에 “다음 주 화요일까지 이의 제기가 없으면 이 제안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한 수 위인 사람은 수신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리하도록 문장을 구성해서 답신을 유도한다.” 그래야 결정도 빠르고 시간도 절약된다.

똑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하고 작업은 빨리 끝내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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