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 사일로 효과)는 종종 경영/조직관리 서적에서 언급되는 문구이다 보니, 뭐 그러려니…하며 관심을 두지 않다가, 책 우측하단에 ‘어크로스’라고 써있길래 구매하게 되었다.
아마도 예전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제현주/어크로스)’ 가 좋았던 책 중 하나라서, ‘어크로스’ 출판사 이름만 보고 그냥 집어었다.
잠시 사진부터 구경하자. 우측 사진(출처: wikipedia)에서 보여지는 것이 ‘사일로(Silo)’인데, 원래 곡식을 수확한 후 저장하기 위한 일종의 저장탱크이다.
각 사일로들 사이에는 칸이 나뉘어지고 서로서로 이동하지 않다보니, 다른 조직/부서들과 교류나 협력을 하지 않고, 자기 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현상을 ‘사일로 효과’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른 말로는 ‘부서 이기주의’ 또는 ‘조직 장벽’등의 표현들도 있다.
어쩌면 꽤나 오래된 ‘사일로 효과’를 다룬 책이 왜 새삼스럽게도 아마존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인가…하고 조금 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의 맥락을 보면 사일로 효과의 원인을 문화/인류학적 접근에서 다소 색다르게 정의하고, 접근이 다르다 보니 해결책으로도 기존과 같이 단순히 ‘서로 배려하라’ 라던가..그런것이 아닌, 여러 추가적인 접근방법들을 제시해서인 것 같다.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
저자가 말하는 사일로 효과의 원인을 필자는 이렇게 이해하였다.
- 사람의 뇌는 정보처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모든 것에 대해 ‘이름’을 붙이고 ‘분류’를 하는 습성이 있다. (매번 다시 관찰하고 다시 정의하고 할 수는 없쟎아.)
- 사람은 서로 ‘사회’에서 살아가므로, 서로간에 자연스럽게 공통의 ‘이름’과 ‘분류’를 공유하고 사용하게 된다.
-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들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 사회의 문화규범에 길들여지게 되고 (거의) 단일화된 내부의 시선만을 갖게 된다.
- 스스로들은 당연하고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그 ‘관점’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주변부 또는 외부와의 다른 집단, 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의 걸림돌이 된다.
- 이 ‘관점’, ‘규범’의 테두리는 종족, 국가, 지역은 물론 작게는 조직 내 작은 단위 까지 에도 나름 각각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책 첫 시작 부분에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 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실은 출판사를 보고 책을 고른 면도 있지만, 첫 목차의 이 문장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종종 누구나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실무에 파묻혀 사무실에서만 몇 주를 보낸 후 어쩌다가 참석했던 외부 세미나에 다녀와 사무실 입구를 바라볼 때 느끼는 생각 같은 것들 말이다.
예를 들면, ‘아무리 보아도 시장 상황 보면 이렇게 하면 안될 것 같은데, 왜 지난 주 회의 때에는 만장일치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라던가, 외부 영업 및 협력 미팅을 마친 후 내부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치 ‘난 다른 회사 사람인가?’ 라던가 ‘왜 다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 같은 의구심들 이다.
지난 시간을 살펴보면 이런 경험과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크게 3가지 갈래의 선택을 해왔던 것 같다.
- 하나는 ‘바로 잊고 다시 녹아 들기’ = 다시 내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이 되기.
- 또 하나는 ‘외부 환경변화, 다른 시선을 공유하고 (일종의) 시너지를 만들기’ = 이것이 ‘외부인의 시선을 가진 내부인’이 갖는 의미인가?
- 마지막 하나는 외부인의 시선을 가진 진짜 ‘외부인’ 되기 = 아마도 ‘여기선 안되겠어, 난 다른 길을 찾겠어!’ 이겠다.
책을 읽으며 위 2번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생각해봤는데, 그 것에 대해서 나름 생각한 것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러저러한 SONY의 사일로 효과 사례나 여러 ‘똑똑한 바보들의 헛짓’ 이야기는 SKIP~ 하고…)
결국 또 역지사지(易地思之) 이야기인가?
어느 심리/인류학 책이던가….특히 사람은 ‘거울 뉴런’ 이란 것이 있어서, 다른 개체의 행동/표정등을 모방해서 따라할 수 있고, 이로부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주장은 결국 다양성을 수용하는 ‘관용’을 넓히라는 이야기로 생각된다.
그런데 기업조직과 같이, 특히 Top-down 형식으로 임무가 부여되거나, 스스로 목표나 임무를 정했다 하더라도, MBO(Management by Object)형 조직에서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각자 부여된 임무가 있는데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을 배짱으로 단위별 책임자가 이익을 포기하고 관용을 베풀어 양보하고 수용하려고 할 것인가.
그래서 책의 저자는 이런 예시를 들어서 ‘역지사지’가 잘 적용될 조직의 형태를 도리어 ‘1인 독재형?’ 조직(오해의 여지가 있다.) 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SONY는 독립채산제처럼 각각 부서별 사업과 성과목표가 있었고 초기에는 잘 성장했지만, 사회환경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서는 무너졌고, APPLE과 같이 스티브잡스 1인에 의해 회사 전체가 하나의 손익계정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는 하부조직간 정보교환과 협력이 매우 원활하게 일어나서 살아남고 성장했다.
뭐…그렇다는 이야기다. 한때에는 격변기에는 ‘아메바’형태의 조직이 더 잘 살아남는다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겠지만) 한참 ‘아메바 경영’ 이나 ‘독립 사장제’니 말도 많았지 않는가? ( 역시 경영경제 서적은 한참 지나서 결과만 사례로 잡아서 씌어지는 책이 분명해…. )
다른 곳을 이야기가 빗나가려고 하니, 다시 정리하면 ‘사일로 효과’를 줄이기 위한 예시들의 특징은 이렇다.
- 지나치게 단위조직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게 하지 않는다. (예: 애플처럼 전체 단일 손익계정으로 운영한다. )
- 조직에 처음 들어 올 때 부터, 조직 내 여러 부서 및 외부의 여러 시선들에 대해 상당기간 실제 체험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예: 페이스북의 부트캠프에서는 입사 후 여러 직무를 모두 경험하게 한다.)
- 내 일의 성과, 목표관리 보다는 최종 고객의 만족도와 경험의 가치를 우선시 하게 한다. (예: 클리블랜드 병원의 고객중심의 조직/서비스 재편)
- 정기적 또는 수시로 현재 역할에서 타 직무역할(또는 다른 사업부문)으로 인력의 일정 부분을 이동하게 한다. (예: 해커먼스라는 제도라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업무효율이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너지 때문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 매일 또는 수시로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을 서로간에 알 수 있도록 공유하고, 관련된 토론등이 자유롭게 끔 한다. (예: 세일즈포스는 채터라는 채팅앱을 통해 수시로 사내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도록 하고, 사일로현상이 개선되었다고….)
다시,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으로 돌아가서.
앞서 (1)내부인 시각의 내부인 다시 되기, (2)외부인 시각을 유지한 내부인으로 남아 뭔가를 하기, (3)외부인이 되기 – 를 이야기 했었다.
(1)과 (3)은 어찌보면 흔한(?) 선택일지 모른다. (2)번이 별다른 선택이라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니…
‘외부인 시각 가진 내부인’은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려 한다. 여기에서는 ‘역지사지’니 ‘관용’, ‘다양성 존중’ 같은 것은 저~멀리 치워놓고 행동지침으로만 생각해봐야겠다.
아마도,
- 내부에서 비슷한 외부인의 시선을 가진 사람을 더 찾아서 이야기 나누고, 실제 작은 프로젝트를 벌려보면 어떨까?
→ 모든 시간/비용/자원을 승인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 구조라면 아예 불가능한 것 아닐까?
→ 제도나 환경적 도움 없이 혼자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위와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 그래도 단위별 성과책임자들은 ‘일’을 관리하지 않고 ‘사람’을 관리하려고 들테니, 반대가 만만챦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리더급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부터가 시작인가? - (책의 사례를 보니) ‘블루마운틴 캐피털’이라는 회사는 ‘사일로’가 있어서, 도리어 돈을 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정보’나 ‘아이디어’가 서로 막혀있어서 ‘알면서도 나는 하면 안되는’ 또는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 그런 일들만 찾아서 먼저 자리잡고 해나가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전체 조직 측면에서는 사일로 효과가 개선되는 것이 아닐까?
→ 덤으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나만의 독보적인 역할’을 갖게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 역할은 ‘연결’, ‘조율’에 의한 레버리지를 만드는 것이겠고.
…이지 않겠나 생각했다. 여기까지가 필자의 두뇌 용량이라고 생각되어 일단 멈추었다. (용서해달라. 나중에라도 좋은 방안이 떠오르면 추가하겠다.)
그 외 기억나는 이야기들
읽던 중 기억나는 문구들을 간추렸다.
- 사람들은 당신이 지시하는 것이 아닌 당신이 점검하는 것을 실행합니다. – IBM의 거스너
→ 그렇지. 말은 쉽지. - 대통령이란 자리는 공동묘지를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밑에 수많은 사람들이 잇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거든요 – 빌 클린턴
→ 그래서 ‘점검’하라고 한 듯. - 사일로로 분리되어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조직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문화 번역가’이다. 사일로 사이를 유연하게 이동하고 부서간 상황을 설명하고 협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 이 문구는 이상적이되 비현실적 – ‘그림의 떡’에 가깝길래 기억에 남았다. - 사일로가 있어서 좋다. 외부에서는 그 사이로를 바탕으로 수익을 낼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움직인다. 경계야말로 대부분의 혁신이 발생하는 곳으로,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도전이 시작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만약 가격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걸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 사일로효과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그들의 이야기. 부럽다. - 기존 분류 체계를 다시 생각해내고 재 편성하거나 대안들을 실험한다면 유익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 결국 관점/프레이밍의 문제인가.
책의 본래 주장/사례/흐름과는 다르게 나름 생각한 내용을 적은 글이니, ‘사일로 이펙트’에 대한 책의 내용은 실제 책을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