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 전환율, 클릭률 같은 정량적인 수치에는 익숙하지만, 사용자의 피드백, 인터뷰 같은 정성적인 데이터를 다루는 건 여전히 낯설고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무를 하다 보면 다들 한 번씩 고민하게 됩니다.
“이게 데이터로 증명되나?”
“수치로 보여줄 수 있을까?”
숫자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을 잃고, 정성적 데이터는 늘 참고사항 정도로 밀려나버립니다. 이것을 구조화하고, 팀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은 없을까요?
이럴 때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입니다.
UX 방법론 중 하나인 이 기법은 정성적 데이터 사이의 숨은 패턴을 찾아주고, 아이디어와 의견을 시각적으로 정리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흩어진 정보들을 연관 지어 묶고, 패턴을 찾아가다 보면 그동안 감에만 의존했던 의견들도 구조화된 이슈와 방향성으로 바뀌게 됩니다. 특히 팀의 목소리를 한 방향으로 모아주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일반 기업들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기법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기업의 문화와 문제 해결 방식, 그리고 UX나 디자인 사고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디자인 중심의 기업이나, 애자일/UX 리서치 프로세스를 적극 도입한 기업은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사용자 리서치 분석 등에서 자연스럽게 도구처럼 사용합니다. 이 경우 시각화된 사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단순히 정리 차원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반면, 수직적이고 정량 중심의 문화를 가진 기업이나, UX나 디자인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조직에서는 이 기법을 생소하게 여기거나 형식적으로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명히 특정 액션을 취하기 전에 이탈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탈율 숫자를 봐도 그저 이탈했다는 사실만 눈에 들어올 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순 없습니다. 이때 사용자 경험을 위한 유저 리서치는 사용자 인사이트를 구조화하고, 조직 내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략적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1. 충분한 정량적 데이터 확보
유저 리서치에서 정량적 데이터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성적 데이터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고객과 마주하기 전에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 어떤 현상이 주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원인을 예측하고, 인터뷰 질문이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 런칭된 상품의 구매율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 있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나 랜딩페이지의 클릭률은 높지만 구매 전환율은 저조했습니다. 정량적 데이터에서 ‘클릭률’과 ‘전환율’을 비교해보면, 랜딩페이지 유입 이후 성과가 저조하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후 정성적 조사를 진행하여 클릭 후 랜딩페이지의 내용이 광고 메시지와 불일치한다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 어떤 문제에서 출발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본질과 목적을 명확히 파악한 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명확한 목적 설정
정성적 데이터를 다룰 때는 목적과 방향성이 분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데 그친다면 회의실 안에서만 그럴듯해 보이고 실제 개선에는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UX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자의 불편 사항을 전부 나열했지만 이를 어떤 우선순위와 방향으로 해결할지 정하지 않은 채 바로 개발에 반영한다면, 기존에 잘 작동하던 시스템까지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성적 데이터 수집 전, ‘이슈 도출 → 사용자 니즈 정리 → 전략 수립’이라는 흐름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의 상품 검색 기능에 대한 불만이 여러 건 접수되었다면, 단순히 ‘검색이 불편하다’는 피드백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불편이 발생했는지, 그 불편이 구매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를 개선함으로써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 지까지 정리해야 합니다.
결국 숫자가 발생한 원인은 사용자로부터 있습니다. 실제 사용자가 플랫폼을 어떻게 여기고 움직였는지 인터뷰, 관찰, 피드백 등 정성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목적과 방향이 분명하면, 같은 정성적 데이터라도 단순 불만 리스트가 아닌 실행 가능한 개선 로드맵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3. 의사결정을 위한 깊은 분석
정성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모두가 함께 검토하고, 그 안에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가 부실하면, 회의는 그저 허울 좋은 결론 없이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관점이 오갈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그룹핑과 패턴 분석을 거치며 서로의 시각을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데이터에 숨은 의미를 찾아냅니다.
또한 아이디어를 분류 후 집결된 정성 데이터를 통해
- 어떤 불만이 비즈니스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 해결에 필요한 자원과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 개선 시 기존 로직이나 다른 서비스 흐름에 문제가 없는지
까지 따져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유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집결된 정성적 데이터를 토대로 실행 가능성, 실현 방법, 리스크 평가를 병행해야 합니다. 이를 건너뛰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좌초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이후에는 반드시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로 이어져야 합니다. 결론 없는 인사이트는 그저 데이터일 뿐이고, 결정을 통해서만 전략, 개선안, 방향성이 완성됩니다.
고객의 VOC를 통해 개선 방향을 찾곤 합니다.
고객 VOC를 활용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개선 방향을 도출합니다. 피드백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의사결정의 단서가 나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고객들이 자주 남기는 피드백과 질문 예시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고서에서 수치가 안 맞는 것 같아요.” |
| “필터를 적용해도 값이 변하지 않아요.” |
| “이 수치는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
| “키워드별로 비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
| “대시보드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수 있나요?” |
| “엑셀로 자동 저장할 수는 없나요?” |
이렇게 모인 피드백을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기법에 따라 분류하면, 자연스럽게 문제의 주제가 드러납니다. 아래는 해당 피드백을
- 데이터 정확도 및 신뢰
- 기능 및 필터 관련 문의
- 데이터 접근성
세 가지 범주로 나눈 예시입니다.
데이터 정확도 및 신뢰
| 수치가 안 맞는 것 같아요 |
| 이 수치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
기능 및 필터 관련 문의
| 필터 적용이 안 된다 |
| 캠페인별 비교 방법 |
데이터 접근성
| 대시보드 항목 추가 가능 여부 |
| 엑셀 자동 저장 문의 |
분류된 항목별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에는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① 데이터 수치가 맞지 않는다
단순한 수치 오류가 아니라, 태깅 설정의 문제가 원인이었습니다. 이는 기초 데이터 수집 방식부터 점검하고, 필요 시 태깅을 새롭게 설정하는 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② 필터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 기능 오류가 아니라 정적 UI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상황이었습니다. 필터 작동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적 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UI 개선이 필요합니다.
③ 대시보드 항목 추가 가능 여부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항목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전체 고객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서버 설정 변경이나 기능 확장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은 단순한 피드백 정리 도구를 넘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도구가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출된 인사이트가 보고서 속 문장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개선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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