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비즈스프링 플랫폼사업부 김원주 과장이 월간 WEB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월간 WEB 2015년 2월호에서 칼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간 WEB 편집본과 차이가 있습니다.
시작하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출근길에 친구,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고,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으며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는다. 검색엔진을 통해 업무와 학습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캘린더를 통해 일정을 공유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수 없이 다양한 플랫폼에 노출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니, 플랫폼의 시대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이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거대한 플랫폼인 것이다.
어떤 이들에겐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IT분야에서의 ‘플랫폼(platform)’은 많은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핵심 키워드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플랫폼을 보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플랫폼을 만들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플랫폼을 가치 창출의 도구와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를 목표와 결과로 보기 때문일 듯 하다. 기업의 최종 목표인 ‘이윤 창출’을 위해 우리가 포기하거나 놓치고 있는 것들 속에 어쩌면 훌륭한 플랫폼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기본 원칙이 있을 것이다.
플랫폼은 공간, 환경 그리고 생태계
알다시피 플랫폼의 본래 의미는 기차역의 승강장 또는 무대, 강단 등을 뜻하였으나 그 의미가 확대되어 컴퓨터 시스템, 자동차, IT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발전하였으며 내용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다.
l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또는 판매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구조
l 상품 거래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 반복 작업의 주 공간
l 소비자와 공급자의 역할이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공간
l 각종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환경
위와 같이 주제 및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내려지는 플랫폼에 대한 정의는 그 속성을 분석해보면 결국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플랫폼(platform)은…일관적, 통합적인 사용성을 바탕으로 구성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구성원으로도 존재할 수 있으며,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 및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는 공간 및 환경 |
이러한 속성을 바탕으로 플랫폼은 그 참여자들을 연결시키고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생태계라고 말할 수 있다. 전통적인 수요와 공급의 방식을 넘어서서 참여, 공유, 개방의 시대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이 갖추어야 할 조건
플랫폼의 의미가 사전적인 의미에서 지금의 의미로 변화하게 된 것은 이미 수년도 더 지난 오래 전의 일이며, 이미 플랫폼의 생태계 역시 과도기를 훌쩍 넘어서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플랫폼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크게 달라지진 않은 듯 하다.
1) 다양성의 수용 : 다양한 참여자 및 서비스, 제품, 컨텐츠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진화와 확장 : 새로운 서비스, 컨텐츠의 생산 및 확장이 용이하여야 한다.
3) 사용자 가치 창출 : 참여자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 가치창출이 전략의 핵심이어야 한다.
4) 교류와 소통 : 수요자와 공급자의 연결과 교류가 원활하며 편리해야 한다.
5) 자기 혁신성 : 플랫폼 자체가 혁신의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시스템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이나 사업자의 비즈니스 마인드와 같은 내용은 조건이라기보다 기본 자격에 가까울 테니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결국 성공적인 플랫폼은 다양한 참여자들이 진입장벽 없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진화와 확장이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며, 교류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생태계이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개발의 성공을 방해하는 5가지 방법
성공하기 위한 플랫폼이 가져야 할 조건들이 있다면, 플랫폼의 성공을 방해하는 요인들도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요인들이 태생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의도를 지니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가 그러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개인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대부분 기업 단위에서 움직이다 보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애석하지만 필자의 회사에서도 일부 경험한 부분이기도 하다.
1) 확신이 서기 전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실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해나가며, 전략 및 정책을 보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변화는 항상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수립했던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어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게 되거나 혹은 아예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여 앞서의 검증 절차를 다시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소 중 하나인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시작부터 성공을 확신하여 전략을 세세하게 수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얼마나 있겠나.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신속하고 가볍게 움직여서 케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2) 실패는 철저하고 엄격하게 관리한다.
물론 실패를 철저히 관리하여 동일한 반복 사례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엄격하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조직내부에 심어 놓는다면 다음 프로젝트의 PM을 자처할 이가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일은 녹록한 일이 아니며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필요한 일이므로 조직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3) 깊이가 넓이를 이긴다.
확실히 플랫폼 개발이라는 주제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틀린 말이 아니다. 쉽게 습득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가 힘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정보와 힘의 관계는 양적인 측면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디서든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역시 실로 다양한 참여자, 구성원들의 수요와 니즈(needs)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질적 수준이 높은 기능이 아닌 다양하고 방대한 기능들이다. 어디까지나 플랫폼을 이용하게 될 참여자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므로 그들의 모든 것을 예측하여 설계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4) 불확실한 수익모델에 대한 리소스 투자는 낭비다.
플랫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3rd party업체는 물론 소비자까지, 수요자와 공급자들을 새롭게 만든 생태계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수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플랫폼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이전부터 수익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리소스 투자를 머뭇거린다면, 당신의 기업은 미래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와 소비자를 놓치는 것이다. 당장 돈 되는 일에 리소스를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앞서 말한 것처럼 확신할 수 없으므로 보다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5) 플랫폼의 확보가 비즈니스의 목표이다.
플랫폼은 도구이자 수단이지 목표이자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플랫폼을 기술적, 시스템적으로 갖추기만 한다면 알아서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라 많은 이들이 기대한다. 그렇게 한다면 아마도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플랫폼 참여자의 어느 한쪽을 참가시킬지에 대한 설계를 시작하는 부분 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을 이용해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수월하게 진도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플랫폼
2015년에 또 다른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분야에서 구글이 ‘피지컬웹’이라 불리우는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 런칭을 발표했다. 구글 뿐만이 아니다. 야후, IBM도 IoT 플랫폼을 속속 개발, 공개하며 플랫폼 시장의 진출을 시작하고 있고 국내 통신3사 역시 IoT 플랫폼 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갔던 플랫폼 경쟁이 이제는 우리 주위의 모든 사물을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존재하며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법 컨텐츠에 대한 책임 문제라던가 개인정보의 유출, 감시와 같은 민감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도 내포하고 있지만 이러한 어두운 면들이 플랫폼의 진화와 확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마치며…
단순히 효율적이고 보다 수익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면, 이미 늦은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으며, 생각보다 빠르게 한발 먼저 행동하는 사람들도 너무너무 많다. 눈앞에 보이는 수익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플랫폼이라면 초기 단계부터 ‘닭과 달걀의 문제’에 빠져 수요자를 모으기도 공급자를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이 만들어낼 환경적 결과와 가치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플랫폼의 소유가 최종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